나는 요즘 약간 놓은 채로 산다. 일은 거의 하지 않고, 그때그때 나오는 과제들을 처리하면서 정작 하고 싶은 것은 하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다. 이것만 끝나면 그림그려야지. 이것만 끝나면 작업 계획서 써야지 했는데 그 끝이 오지 않아 아득하다. 말한 대로 일을 하지 않아 수입은 거의 없고 벌어놓은 것만 까먹고 있는 상황. 그 와중에 입맛은 상향조정되어서 어중간한 건 먹기 싫고, 새로 시작한 폴댄스 의상도 질렀다... 말하고 보니 좀 암담하다. 그래도 그래서 버티는 건가 싶은, 아슬아슬한 위치에 서 있는 감각이 계속 있다. 뭘 버티냐면, 내가 하고 싶지 않은 걸 하는 스트레스.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느라 하나에도 집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. 한 학기에 18학점은 역시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. 특히 여러 과목이다? 

(이래서 학교 계속 다니기 싫었는데. 그렇지만 결국 내 선택이다. 4학년 2학기에 대학을 그만두기에는, 호기롭게 얘기하긴 했지만, 용기가 부족했다. 많이. 앞으로 계속 들어올 "왜 그때 그만뒀어?"라는 질문들. 행동으로 답하겠다 확신하기에는 빈약한 앞으로의 계획. 매몰비용은 사람 목을 조른다.) 

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. 졸업만 시켜주세요. 졸업만 하면 한결 자유로워지겠지. 졸업하지 않고 학교를 뛰쳐나와도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. 자신의 길을 찾고 후회 없이 걸어가는 사람(이왕이면 일찍). 결국 끝까지 다닌 인간이 되고 있다. 스스로가 좀 재미없어질려고 한다. 지금은 그렇게 재미없다. 언젠가 이것도 후회하지 않을 순간이 올까? 이게 정말 내 최선이었다고 인정할 날이 올까? 어떤 구덩이에 빠진 듯 갈팡질팡 갈피를 잡지 못하고 위로 기어올라갈 생각밖에 하지 못하는 이 순간의 나는 이 순간의 최선일까?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잘 살아야 한다. 어렵다. 

어느 순간부터 계획이 생겼다.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한 끗씩 구체화된 계획. 3년이라는 기간을 정해놓고 그 사이에 프리랜서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다. 유학갈 거야. 아니 몰라. 안 갈수도 있어. 왜. 아니 한국에서 살아온 게 있잖아 아깝잖아. 으음(침묵). 사실 유학도 유학이지만 그냥 공부하고 돈 벌고 싶은 거야. 그런데 뭘 할지는 모르겠어. 

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회사에서 공채 안내를 봤다. 일단 개발자와 엔지니어는 거르자. 아무리 생각해도 재능이 없는 것 같다. 그러면 아티스트 분야가 남는다. 비주얼 / 모션그래픽 / 특수효과. (비주얼은 대체 뭔데?)

비주얼 - XR 콘텐츠, 캐릭터 밎 미디어아트(게임 쪽인듯) 디자이너.
비주얼 제작 및 리서치, 목업 컨셉 제작, 관련 분야의 신기술과 트렌드에 민감할 것, 의사소통 원활할 것
가산점  : 시포디,마야 / 유니티,언리얼 / VR관련 경험

모션그래픽 - 2D3D  / 시포디 3D
가산점 - 유니티 언리얼 등 리얼타임엔진 / 이펙트 / CG / 다양한 디자인 관심

특수효과 VFX
후디니 마야 시포디 블렌더 등으로 VFX 제작..
가산점 - 파이썬 / 마리 누크 등 합성툴

이래저래 많이 겹친다. 비주얼은XR도 하면서 어느 정도 기획까지 되는 디자이너고, 모션그래픽이나 VFX는 그 분야만 잘하는 것 이상으로 다른 영역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. 아마도? 그냥 전문으로 파다 보면 저정도는 되는 걸 수도 있고.

아마 2년 정도 공부하면 들어는 갈 수 있ㅈ....않을까...신입...으로...? 라는 생각도 들고, 한편으로 들어가면 분명 바빠 죽을것같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. 하지만 이게 뭔지도 모르면서 그냥 들어가기도 싫은... 재밌는 거 하고 싶다..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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